쓰레드(threads)사투리

판교 사투리가 유행했듯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단어나 키워드들이 나오면서 한국스러운 사용 형태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쓰레드(threads)라고 제목에 적긴 했지만, 사실 요즘 조금이라도 AI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만나면 다들 이야기하는 단어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의 특성이 조금 더 함축적으로 보이는 공간이 쓰레드인 것 같아요.
클로드(Claude)
바이브 코딩의 원료입니다. 자매품으로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있습니다. 오푸스(Opus)부장님과 소넷(Sonnet)대리 그리고 하이쿠(Haiku)인턴이 있는데 월급(토큰값)은 비싸도 오부장님이 가장 일을 잘하십니다. 평소 웹서핑을 많이 하시는지 이런저런 스킬들을 배워오십니다.
"이거 클로드한테 시켰어요?" "네, 소넷한테요." "그냥 오푸스 쓰지."
바이브 코딩
캐나다의 유명 개발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처음 언급한 개념입니다. 개발자가 개발을 본인이 안 하고 AI에게 하청을 주는 일인데 사람 말로 작업이 되다 보니 개발자가 아니어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앱으로 수익화를 하는 게 모든 사람들의 꿈이지만 실상은 토큰값 회수하기 바쁩니다.
"개발자세요?" "아니요, 바이브 코딩해요." "...아" (둘 다 잠시 침묵)
오픈 클로(Open Claw)
동의어로 맥미니가 있습니다. 클로드봇/몰트봇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26년 1월에 가장 트렌딩했던 오픈소스로, AI를 사용해서 개인 비서나 직원을 에이전트 형태로 쉽게 구현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주의(매우 현실적): 계정 토큰/권한/세션을 다루기 시작하면 재미보다 먼저 오는 게 있습니다. 보안 감사로그, 권한 분리, 그리고… 인간 승인 버튼(=최후의 가드레일)
"오픈 클로 세팅했어요?" "네, 맥미니 새로 샀어요."
RAG(래그)
흔히 "모델이 모르는 척하지 말고 문서 찾아보고 말해라" 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검색해서 근거(문서 조각)를 가져오고, 그걸 바탕으로 답을 생성하는 방식이죠.
"이 답 왜 이래?" → "리트리벌이 쓰레기라서(=검색이 망해서) 쓰레기 답 나옴." "RAG 붙이면 되는 거 아니에요?" → "붙이긴 했는데 청크 사이즈를 잘못 잡았어요." "..." → "..."
MCP
쓰는 사람보다 만드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그것입니다. AI 모델이 다양한 툴을 사용할 때 매번 유저가 직접 데이터를 옮겨주거나 커스텀 환경을 왔다갔다 하지 않도록 묶은 프로토콜 형태입니다. 잘 찾아보면 엄랭 번역기 같은 MCP도 있습니다.
Memory(메모리: 단기/장기)
에이전트가 "기억"하는 구조입니다. 단기는 지금 대화, 장기는 사용자 선호/업무 규칙/과거 요약 같은 걸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냅니다.
"얘 왜 API키 기억해?" → "장기 메모리 넣었나 봄." "근데 왜 내 이름은 또 까먹어?" → "그건 단기라서요."
Chat GPT
얼마 전까지만 해도 LLM 절대자였던 그분입니다. 최근 제미나이와 클로드의 폼이 미쳐서 잠깐 힘들어지시긴 했지만 그래도 이 분야 표준을 만들고 있는 도구입니다. 설 직전 카톡 교환권 대란으로 많은 분들이 프로플랜 오우너가 되셨습니다. 바이브 코딩에서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Codex가 나오면서 다시 강한 폼을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서버리스(Serverless)
서버 없이 클라이언트 앱의 라우팅만으로 구현되는 앱입니다. 바이브 코딩의 생산성과 맞물려 압도적인 속도로 제품을 만들기 유리합니다. Supabase 같은 DB 서비스에 물려서 쓰기 적합합니다. 실상은 서버가 없는 게(less) 아니라 빌리는(lease) 거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나노 바나나
이 시대의 디자이너이십니다.
"디자인 누가 했어요?" "나노 바나나요." "아 역시."
할루시네이션
불과 2년 전만 해도 ChatGPT에게 세종대왕이 임진왜란 때 사용하던 키보드가 청축인지 갈축인지 물어보면 갈축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모르는 정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RAG / 메모리 / 컨텍스트 등의 개념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 원흉입니다.
"이 레퍼런스 논문 찾아줘." (그럴듯한 논문 제목과 저자 등장) "근데 이 논문 어디서 찾았어?"
컨텍스트 윈도우
모델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보의 크기입니다. 쉽게 말하면 AI의 단기 집중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길면 길수록 좋지만 길수록 토큰도 잡아먹습니다. 바이브 코딩 중 "왜 갑자기 앞에 한 말을 까먹어?" 할 때 대부분 이게 원인입니다. 사람도 회의가 3시간 넘어가면 처음 안건을 까먹듯이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한테 말을 잘 거는 기술입니다. 한때 연봉 수억짜리 직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델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그냥 말 잘 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결과물 차이는 꽤 납니다. 판교로 치면 기획서 잘 쓰는 사람 정도의 포지션입니다.
"저도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만들고 있어요"
= 바이브 코딩으로 뭔가 만들고 있는데 런칭은 아직입니다. = 도메인은 샀습니다. = 수익화는 나중에 생각하려고요.
쓰레드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순간에 이 말을 꺼내면 90%의 확률로 상대방도 "저도요!"를 외칩니다. 이후 대화는 스택 선택으로 시작해서 결국 "근데 시간이 없어서..."로 마무리됩니다. 판교사투리의 '나도 유튜브 해야하는데'와 정확히 같은 포지션입니다.
마치며
19년 가을 인턴이었을 때 슬랙에 올라온 판교사투리를 처음 읽었을 때 '아 이 사람들 이렇게 말하는구나' 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일상 대화에서 ROI가 어떻고, 피벗이 어떻고 하고 있더라고요.
쓰레드 사투리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번역이 필요한 말들이었는데, 요즘은 "할루시네이션이 심하네", "컨텍스트가 날아갔나봐" 같은 말들이 꽤 자연스럽게 튀어나옵니다. 언어가 바뀐다는 건 그 개념들이 삶 안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단어들을 모른다고 뒤처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알아두면 쓰레드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첫 3분을 버티는 데 꽤 유용합니다.
여러분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반드시 런칭될 것입니다. 도메인 갱신료가 나오기 전에.